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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BS1TV_천상의컬렉션_12편_마스터_CHF_1920X1080.mp4 1.18 GB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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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기본 정보
UCI I801:1612002-001-V00022
제목 [KBS] 천상의 컬렉션 12편 - 붉은매화와 흰매화 열폭 병풍, 천상열차분야지도, 하피첩
콘텐츠 유형 동영상 언어정보 국문
생산자 정보
생산자 정보
생산자 생산일자
KBS 2017-12-31
기여자 정보
기여자 정보
역할 정보 기여자 명
주연 김수로
주연 김소현
주연 공형진
제작사 KBS
기술 정보
기술 정보
기술 영역 기술 내용
기타정보
내용정보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보물 제1683-2호 정약용 필적 하피첩
역사정보 조선시대
인물정보 어몽룡, 장승업, 고종, 류방택, 정약용
지리정보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련 키워드 ;매화;병풍;천상열차분야지도;하피첩;붉은매화와 흰매화 열폭 병풍;별;
내용 한국 예술 천년사,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 기적처럼 전해진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
그에 얽힌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를 호스트의 생생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살펴보고,
현장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을 매혹시킬 단 하나의 보물을 선정한다.

배우 김수로가 소개하는 '붉은매화와 흰매화 열폭 병풍'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소개하는 '천상열차분야지도'
배우 공형진이 소개하는 '하피첩'
대본 정보 MC 한상헌>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을 선택하는 천상의 컬렉션!

아름다운 보물과 그 속에 숨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총 100분의 현장평가단의 선택으로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이 결정되는데요,
평가단 여러분들께서는
호스트의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신 그 순간!
버튼을 눌러 스튜디오를 밝혀주시면 됩니다.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는
과연 어떤 보물이 오르게 될까요?
첫 번째 호스트를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2. 김수로 <붉은 매화와 흰 매화 10폭 병풍>
김수로> 눈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얼음장 같은 추위를 견디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죠

조선 선비들이 사랑한 사군자, 매난국죽에서
맨 앞에 있는 바로 그 매화!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정신을 닮아선지,
조선 선비들의 매화 사랑, 아주 각별했습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너도나도 붓을 들어 매화를 그렸어요

얼마나 많이 그렸으면 매화 잘 그리는 공식이 있습니다
보세요 당대 최고 매화 그림으로 꼽히는
어몽룡의 묵매도입니다

첫 번째 공식, 심플해야 합니다
매화는 직선으로 자라지 않거든요
그런데 산만하면 안 되니까
가지를 창처럼 곧고 뾰족하게 그렸습니다
둘, 깡마른 체형을 선호합니다
줄기와 가지는 야위면 야~윌수록 좋아요
셋, 꽃이 필락 말락, 꽃봉오리 상태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이가 많아야 합니다
최소 100살 이상!!
그래서 그런지 조선 초중기 매화 그림은
어딘가 쓸쓸하고 외로워 보입니다

이렇듯 조선 문인화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보다
그 속에 깃든 정신을 그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것은 단 한 사람이 그린 그림 앞에서 그만,
힘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조선 화단을 발칵 뒤흔든 그림, 뭔지 궁금하시죠?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이 작품의 이름은 <붉은 매화와 흰 매화>,
열 폭이나 되는 병풍입니다
전체 너비가 4미터가 넘어요

아까 조선 문인들이 말한 좋은 매화 그림과는
너무 거리가 멀지 않습니까
공식? 격식? 관습? 그런 거 전혀 안 보입니다

일단 화면 구성부터 파격적이에요
매화 밑동은 싹둑 잘려 있습니다
꽃이 드문 곳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그 대신 꽃이 가장 많은 부분을 클로즈업 했죠

자, 매화 좀 보세요
이렇게 자유분방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합니다
색감도 화려하고 현란하죠

커다란 매화나무 두 그루를 앞뒤로 겹친 파격,
농담으로 원근을 표현한 내공,
즉흥적이고, 현란한 붓놀림,
뱀처럼 유연하고, 거침없는 필선,
벼락 치듯 빠르게 그려낸, 일필휘지의 달인!

이 솜씨 좋은 화가, 누굴까요?

여러분, 들어는 보셨습니까,
조선 최후의 ‘대’화가, 장승업입니다
조선 시대가 어떤 시댄가요
신분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천민의 신분 상승? 하늘의 별따기죠

그런데 장승업은요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여 혈혈단신...’
아, 도깨비 신부 얘기가 아닙니다

부모가 누군지, 형제는 있는지, 고향은 어딘지,
어느 하나 정확하게 알려진 게 없습니다
어린 시절 남의 집을 전전하며
머슴살이 했다는 게 알려진 전부죠

그렇다 보니, 장승업, 평생 글을 못 배웁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일자무식!
자기 이름 석 자를 못 썼어요
수많은 그림을 그리고도 자기 이름, 근사한 글,
직접 쓴 게 없습니다, 단 하나도!

하지만, 자기 그림에 관해선 장승업의 열정과 자부심,
세상천지 따라올 자가 없었습니다

글 좀 못 쓰고 못 읽으면 어떻습니까?
내 그림이 조선 최고인데! 따라올 자가 없는데!
언제나! 당당합니다!
자신감! 넘칩니다!
자부심! 엄청나요!
자기 그림에 ‘신의 기운이 살아 움직인다’는
자화자찬도 술술~ 막힘없죠!

그런데 여러분, 사실 조선 화단에는
우리가 아주 잘 아는 넘버‘원’이 있지 않습니까?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여기 도전장을 내미는 배짱남이 있었으니!
너희만 원이냐? 나도 원이다!
나오(吾) 자를 써서 오원(吾園)이라는 호를 지은 패기!
그런데 이 호도 ‘지’가 지었어!
자기가 김홍도, 신윤복과 동급이라고 생각한 뻔뻔함!
네, 여러분이 예상하는 그분, 오원 장승업, 맞습니다
조선 최고 넘버원이랑 붙어도
나는 절대 안 꿀려! 자신 만만하다 이거죠
‘내가 제일 잘 나가~♪’
장승업이 평생 입에 달고 다닌 말입니다

붓을 든 지 불과 몇 해 만에
당대 최고 화가로 떠오른 장승업의 명성은
궁궐까지 퍼집니다

그래서 고종 임금이 장승업을 직접 부릅니다
일자무식 천민이 궁중화가로 벼락출세!
조선 화단계의 신데렐라가 된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좋은 방,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그림 도구가
풀 셋팅 돼 있는데! 이 남자, 영 떨떠름합니다
진짜 필요한 딱 하나가 없었거든요
바로 술, 술, 술! 술이 없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술을 마시고,
또 술을 마시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게 장승업인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닭 모이 주는 것도 아니고,
기껏 주는 술이 겨우 두세 잔.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라니요

왕이 불러도 자기가 싫으니 궁궐을 뛰쳐나갑니다
그래서 술 한 잔이면
기생에게도 그려준다는 그 흔한 그림 한 장,
고종 임금은 제대로 받아내질 못합니다

장승업의 지고지순한 예술혼 앞에서는
왕이나 거지가 따로 없고,
세속적인 부귀와 명성도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겁니다

사람들이 좋다는 거,
나한테도 좋으란 법은 없지 않소!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

아하.. 이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당당함!
이게 바로 조선의 스웩! 오원 장승업이었습니다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혹시, 이 그림에서 선비의 지조나 절개가 느껴지십니까?
제 눈에는.. 그냥 ‘매화’가 보입니다
코끝이 간질간질 한 게, 매화 향도 나고요
바람 따라 흔들흔들 거리는 나뭇가지 보세요
심지어 탐스러운 매화꽃은 ‘하하하하’ 웃고 있어요
장승업의 호탕한 웃음 같지 않습니까

이 그림은 장승업이 사군자만을 단독으로 그린
유일한 그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그림이 장승업의 작품에
책의 기운, 문자의 향기를 운운했던 사람들에게 날린
시원한 ‘한 방’처럼 느껴집니다

매화가 그냥 매화지!
매화에 무슨 문자가 필요햇!!
꼭 그림 안 되는 것들이
공자 왈~ 맹자 왈~ 하고 있네!!!
장승업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으십니까?

일자무식이지만
꽃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
충분히 그림의 화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실력과 자신감으로 증명한 그림,
오원 장승업의
<붉은 매화 흰 매화 10폭 병풍>입니다!

MC 한상헌> 조선시대 유명한 화가로 ‘삼원’을 꼽지 않습니까?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그리고 또 한 사람, 오늘 만나 본 오원 장승업인데요
김수로 씨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오원은 요즘 말로 ‘필과 스웩 충만한
조선의 힙스터‘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맞나요?

김수로> 남의 눈치 안 보고, 계산할 줄 모르고,
을 받아야만 그림을 그리는 것!
이거 아무나 못하는 일이야
세상이 주는 돈이나 명예, 권력에 얽매이지 않았던
진정한 예술가이자, 자유인!
그게 바로 오원 장승업이었어

MC 한상헌> 그런 오원의 자유로움, 예술혼이 바로
<붉은 매화와 흰 매화 10폭 병풍>에
오롯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요
이 매화 그림, 정말 환상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홍경민 씨는 어떠셨나요?

홍경민> 나는 이 그림을 보기 전까지
매화가 이렇게 화사하고 예쁜 꽃인지 몰랐어
마치 진짜 매화나무가 내 앞에 있는 것처럼
그림인데도 생명력 넘치는 것 같아

키썸> 맞아, 매화꽃이 마치 팝콘처럼
금방이라도 펑! 하고 터지는 순간을 포착한 게 아닌가..
올해 꽃구경 못한 아쉬움, 이 그림 보고 확 풀렸어~

줄리안> 서양에는 매화가 없거든
유일하게 반 고흐가 일본 매화 그림을
따라 그린 게 있는데 장승업이 그린
매화 그림이 훨씬 더 화려한 것 같아

이기환> 맞아, 매화는 한국, 중국, 일본에만 있는 꽃이야
특히 우리나라의 매화 사랑은 유별나,
퇴계 이황은 매화를 인격체로 봤고,
마지막 유언이 ‘매화 화분에 물 줘라’였대
또 단원 김홍도는 그림을 팔아 3천 냥을 벌었는데
그 중에 2천 냥은 매화 사는데 썼다는 얘기도 있어

박성광> 이 정도면 거의 ‘매화 폐인(덕후)’ 아냐?
매화 좋아하면 돈이 나왔나? 떡이 나왔나?

홍경민> 장승업의 매화 그림은 화려해서 좋은데,
아까 어몽룡이 그린 월매도 같은 경우는
채색이 거의 안 되어 있더라? 일부러 그런 건가?

박성광> 그러게 어쩐지 좀 칙칙한 것 같더라~
물감이 없어서? 아니면 물감을 아끼느라 그랬나?

이다지> 당시 김정희가 주장한 ‘서권기 문자향’ 때문이야
추사 김정희는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글과 그림이 된다고 했거든
그림에 책의 기운, 문자의 향기가 느껴져야 하기에
그림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채색은 거의 하지 않아
눈에 보이는 풍경을 사실대로 그리는 것도
문인화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었어

이기환> 아, 아까 말했던 어몽룡의 월매도도 보면
매화 자체의 모습보다 선비의 강한 지조와 절개를
드러내기 위해서 이런 방식으로 그린 거야
실제로 장승업은 그림에서
‘서권기 문자향’이 없단 지적을 정말 많이 받았어

키썸> 장승업이 글도 못 읽고,
자기 이름 석 자도 못 쓴다는 걸 알고
일부러 트집 잡은 거 아냐?

박성광>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나는 무지렁이라서 그런지
문자의 기운? 그런 건 전혀 모르겠고!
오히려 이 그림에서 신기가 느껴져,
살아 있는 듯, 생생한 기운 말이야

이다지> 나도 그래! 이 그림 자세히 보면
월매도와 달리 매화가 점점 커지고 화려해지잖아?
붉은색 매화도 등장하고..
마치 응축된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낸 것 같아
자유로우면서도 압도적이고, 파격적이야

김수로> 나도 굉장히 인상적인 게 이 그림이
오원이 사군자만을 단독으로 그린 유일한 그림이래
그래서 이 매화 그림은
‘서권기 문자향’ 이라는 주류의 생각에
장승업이 정면으로 내민 도전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MC 한상헌> 장승업이 이렇게 패기가 넘칠 만한 게..
그림 실력 또한 그렇게 뛰어났다면서요?
오직 그림 솜씨 하나로
일자무식 머슴이 궁중화가로 벼락출세를 했다는데..
이다지 선생님,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다지> 출신도, 부모도 모르는 천애 고아가
왕의 화가가 되는 건 전무후무하다고 봐야지
장승업에 대한 소문이 얼마나 자자하면
임금이 궁궐로 직접 불렀겠어
고종은 장승업에게 정6품 감찰 벼슬을 내리는데
당시로써는 굉장히 파격적인 제안이었어

홍경민> 그런데 장승업이 ‘조선 판 프리즌 브레이크’를
찍었다는 거 아냐? 궁궐이 무슨 감옥이야?

박성광> 그러게 말이야
임금이 귀양을 보내면 사미인곡이니 뭐니 읊어대면서
그렇게들 왕궁이 그리워서 안달이잖아
그만큼 궁궐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니었겠어?
그런데 장승업은 참 희한하네?

키썸> 돈도, 권력도, 필요 없다!
이게 바로 장승업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진짜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증거 아닐까?

홍경민> 그런데 장승업처럼 살려면 말이야..
일단 처자식이 없어야 가능하거든?

이기환> 정확한 지적이야!
그런데 실제로 장승업은 처자식이 없었어
40대에 결혼을 하긴 했는데 첫날밤만 치르고 도망갔대
무책임하기도 하지만,
가정이란 울타리도 그를 가둘 수 없었나 봐

홍경민> 새장에 갇힌 매는 야생성을 상실하는 법!
나 장승업 자유 영혼이란 거 인정!
세상 사람들이 다 좋다는 것도
그 좋은 궁궐도 자유로운 창작에 있어선 구속이었네

이다지> 장승업은 평생 일정한 거처 없이
그림을 그려달라는 후원자들의 사랑방이나
술집을 전전하면서
떠나고 싶을 땐 언제든 떠나는 뜬구름 같은 삶을 살았대
그러니 규율, 규범, 법도의 궁궐 생활, 답답했을 것

김수로> 억만금을 줘도 나 싫으면 그만이라
장승업은 결국 궁궐 탈출을 감행해
그런데 여러분, 장승업이 궁궐에서
몇 번이나 탈출한 줄 알아?

박성광> 에엥?? 몇 번? 몇 번이라니? 한 번이 아냐??

김수로> 한 번이 아니야, 무려 한 번, 두 번, 세 번!!!
세 번이나 탈출했어

홍경민> 장승업은 목숨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였나?
이거 진짜 무데뽀(막무가내, 무모) 정신이 아니고선 힘든 일인데?

김수로> 그런데 늘 바로 잡혔어
장승업이 궁궐 탈출해서 가는 곳이 딱 한 군데였거든
바로 저잣거리 주막! 술 마시고 있었대
난 고종이 좀 눈치와 요령이 없었다고 봐
장승업이 호도 ‘취명거사’잖아?
술에 매우 취해서 살아가는 선비인데,
고종이 장승업에게 술을 좀 맘껏 줬으면
궁궐에 눌러 앉힐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박성광> 아니야, 아니야, 내가 보기엔 이 분, 보통 술꾼이 아냐
영화 <취화선> 보면, 최민식 선배님이
이런 술병을 들고! 지붕 위에서! 웃고 있잖아?
영화 내내 이 술병을 들고 다니는데!
술을 마셔야 그림을 그리더라고
실제로도 그의 소맷자락 안에 늘 술병이 있었대

이기환> 취화선에 두 가지 뜻이 있어
그림에 취한 신선 그리고
술에 취해 그림을 그리는 신선!

키썸> 캬, 기가 막히다! 둘 다 맞는 말 아냐?

이기환> 장승업은 술에 취하고, 흥이 나야만 붓을 들었어
술을 마셔야만 필(feel)을 오니까!
장승업에게 술은 술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창조의 매개체, 그가 추구하는 예술을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던 거야

줄리안>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라크루아가
‘알코올과 예술가’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해
작가가 내면 깊은 곳에서 문장을 떠올리려면
신에게 기도하기보다 새 술병을 따라고
‘술 중에 가장 좋은 술은 예술’이란 말이 있잖아
술과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건가 봐

홍경민> 그럼 결국 고종은 장승업의 그림을 한 장도 못 얻었어?

이다지> 고종이 원래 장승업에게 그리라고 했던
10폭 병풍은 끝내 받질 못해
하지만 나중에 〈추남극노인〉과 〈춘남극노인〉이란
그림을 받아, 고종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그림이야
게다가 경복궁 단청 공사의 책임자로
장승업을 세울 정도로 고종은 장승업을 인정하고 아꼈어

김수로> 고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임권택 감독님은 원래 단원 김홍도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었대
그런데 장승업이 고종의 어명을 어겼다는 그 포인트에!!
장승업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하더라고

줄리안> 여러분 사실, 나의 절친이 소피 마르소야
소피 마르소가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영화로
<취화선>을 꼽을 정도로 장승업 왕 팬이야
세상의 그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심지어 왕의 명령에도 굴복하지 않고
그림 자체만 향했던 오원의 열정이 너무 부러웠대

MC 한상헌> 소피 마르소도 장승업을 안다니 놀라운데?
오원 장승업, 보면 볼수록 대단한 화가인 것 같아
그런데 장승업이 세상을 떠난 건 1897년,
불과 한 세기가 조금 지난 가장 근대의 화가임에도
장승업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면서?

김수로> 다행인 건 그래도 그가 많은 작품을 남겼어
그래서 오원의 그림은 지금도 미술 시장의 블루칩이래
고답적인 문인화의 형식을 벗어던지고
활달하고 현란한 감각을 전면에 내세운
독특한 그림 스타일 때문이래

홍경민> 사실 장승업은 사실 문인화가도 아니고,
도화서 소속 화가도 아니었잖아?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가지 유파나 기법에 얽매지이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

줄리안> 장승업 이야기를 들으니 폴 세잔이 생각났어!

이다지> 오~~ 폴 세잔!! 인류의 역사를 바꾼 3대 사과의 주인공!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잖아?

줄리안> 맞아, 폴 세잔의 사과 유명하지?
당시 유행이었던 낭만주의도 인상주의도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해 나간 화가야
일생 단 한 알의 사과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했던 모험가였는데
그런 점이 장승업의 일생과 굉장히 유사해

박성광> 나도 장승업이 당시의 추세에 초연했단 게 맘에 들어
글과 그림이 같아야 한다는 문인화풍에서 벗어나,
화가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란 걸 확실히 보여줬잖아
이런 장승업이 비주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기가 그리고 싶은 걸 마음껏 그렸다는 점에선
환쟁이로써는 진짜 주류로 산 것 아닐까?

홍경민> 맞아, 음악도 마찬가지,
유행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자기만의 색깔이 있느냐, 없느냐인 듯,
그게 바로 예술가의 경쟁력이기도 하고
롱런의 비결이기도 하고..

이기환> 맞아, 그것 때문에 장승업이 조선 왕조 500년,
저물어 가는 시대를 살았던 조선 최후의 화가이자,
조선과 근대를 이어주는
지금 현대 한국화의 뿌리가 바로 장승업이야

이다지> 실제로 그가 근대 화단에 끼친 영향은 막강해
우리나라 근대 회화를 연 화가로 손꼽히는
조석진, 안중식, 그리고 김용준이 다 오원의 제자야
특히 일본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던 김용준은
오원의 작품을 보고, 동양화로 전향했단 일화는 유명해

키썸> 세상적인 기준에서 보면 실패한 것 같은데
돈, 명예, 권력 같은 걸로 재단되는
세속적인 행복의 개념에서 벗어난 장승업!!
진정한 예술가의 경지에 오른
정말 행복한 예술가란 생각이 들어

MC 한상헌> 키썸 말대로 조선에서 제일 잘 나간 화가, 장승업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싶은데요.
다시 <붉은 매화와 흰 매화 10폭 병풍>을 보니,
장승업의 자유분방함이 더욱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자, 이제 김수로 씨의 최후 한마디와 함께
<붉은 매화와 흰 매화 10폭 병풍>
중간 투표를 마감하겠습니다.

김수로> 최신 유행을 따르지 않고,
그 어려운 그림 문법에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 참 보기 편하죠?

장승업이 자기만의 색깔로
매화의 자유로움을 멋들어지게 연출한
<붉은 매화와 흰 매화 10폭 병풍>!

여러분이 어떤 길을 걸어가든,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과 기운을
이 그림에서 받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MC 한상헌> 김수로 씨의 최후의 한마디를 끝으로
<붉은매화와 흰매화 열폭 병풍>의 투표가
마무리됐습니다.
여러분 김수로 씨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지금 집계 중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시고요.
여러분, 혹시 누르셨다 하더라도,
집계가 안됐을 수 있으니, 누르신 분들은
다시 한 번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집계가 모두 끝났습니다.
모두 불을 꺼주시고요.

3. 김소현 <천상열차분야지도>
김소현>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김소현입니다.
방금 제가 부른 곡은 <황금별>이라는 곡인데요,
오래 전부터 별은 미래에 대한 기대, 꿈을
상상하게끔 하는 상징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가
이 별을 꿈꾸고 동경한 소년의 이야기라,
여러분 앞에 살짝 들려드렸습니다..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이런 때 살짝~ 버튼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아주 먼 옛날,
별을 사랑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별은, 보려고 해야 보여요.
짧게 보는 게 아니라,
오래 볼 때, 비로소 그 모습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밤하늘을 보는 시간이 길수록,
소년은 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았을 거예요.

여름밤의 은하수..,
늘 제자리를 지키는 북극성...
계절이 바뀌면
자리를 옮기거나 사라지는 별들이 있단 걸 말이죠..

1960년대 였어요.
당시 창경궁 한복판에 거의 방치된 듯 보이는
거대한 석판이 하나 있었습니다.

너비 1미터, 높이 2미터의 돌..
그런데 그 위엔 뭔가 새겨져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수백 년 전,
소년이 사랑하던 밤하늘의 별들 이었습니다.

석판의 이름은 ‘천상열차분야지도’
하늘의 모습을 순서대로 나누어 그린
지도란 뜻입니다.
알고 보니, 무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별을 새긴 천문도였죠.

천문학에선
정교하고 정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없죠.
몇 백 년 전 새겨 넣은 천문도는
같은 시대에서도 보기 드물게 과학적입니다.

이 원 둘레는 1년의 길이를 상징하는데
총 365개의 눈금을 나눠놨어요.
우리가 1년 365일 할 때, 바로 그 날의 수죠.

이 지도에 담긴 건
북반구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별들의 모습입니다.
표시된 별들은 크기가 다른데요,
밝게 보일수록 크게 표현했기 때문이죠.

돌판 위에는 옛 사람들이 상상하던
하늘나라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요.
옥황상제로 여겨지던 북극성을 중심으로
신하들의 별을 찾을 수 있고요, \
바깥에는 하늘나라 백성들이 등장하죠.
옛날 사람들은 하늘 너머 세상도
우리가 사는 세상과 비슷할 거라 상상했던 거죠.

칠월칠석에 만날 수 있는 ‘견우’와 ‘직녀’같은
연인들의 모습을 딴 별도 보이고요,
주작, 현무, 백호, 용에 기린까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맨 아래 석판에는 천문도를 만든 과정과 함께
작성자들의 이름이 기록 돼 있는데요,
“판서운 관사 류방택이 계산하다.“

류방택.
네. 제가 아까 말씀드린,
바로 그 ‘별을 사랑하던 소년’의 이름입니다.

사실, 별의 이치를 깨우치고
천문을 계산한다는 건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별을,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 변화상을 헤아릴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어른이 된 소년은 천문을 담당하는 관직에 앉았습니다.
그때가 고려 말이었는데요,
류방택은 1년의 절기와 계절의 변화를 적은
책력,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면 달력을 정리했는데..,
그 기록이 아주 정확해서,
그 이름이 온 나라에 널리 알려졌죠.

그러던 어느 날, 고려가 저물고 조선이 세워졌습니다.
새나라, 새 하늘이 열린 겁니다.
류방택은 망설임 없이 관직을 버리고 낙향했죠.
그런데 조선 조정에서
그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 먼 옛날 고구려 평양엔 천문도가 있었는데,
전쟁 중에 대동강 물에 빠져버렸다고 해요.
그런데 태조 이성계 앞에
사라진 천문도의 탁본을 가져온 이가 있었어요.
이성계는 뛸 듯이 기뻐했죠.

고대 사회에서 천문학은 단순한 과학이 아닙니다.
하늘의 뜻, 초월적인 존재의 뜻을 읽어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이 왕의 의무였죠.

새 나라를 세운 이성계로선,
고구려의 하늘을 그린 천문도를 얻었으니
자신이 하늘이 허락한 통치자라는 명분을 얻은 겁니다.

그런데, 탁본에 그려진 별의 위치는
수백 년 전의 밤하늘이라
당시 조선의 밤하늘과는 조금 달랐다고 해요.
그 오차를 교정해
‘조선의 밤하늘’을 새긴 것이
바로 이 ‘천상열차분야지도’입니다.

류방택은 조선의 별들을 다시금 계산하는데
최적의 인물로 선택됩니다.
1395년. 류방택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밤하늘을
헤아리고 돌 위에 남기기 시작합니다.

고려의 신하로 남고 싶어 관직까지 그만뒀던
류방택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걸까요?
해와 달, 별을 관찰해서 역법을 만들고
계절의 흐름을 미리 아는 일은
한해 농사와 직결 되어 있습니다.
천문역법은 한해 농사를 지어 간신히 먹고 사는
백성들의 삶과 결코 뗄 수 없는 학문이죠.

별을 좋아했던 것도 이유였겠지만,
천문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류방택은
이 땅의 백성들을 위해,
천문도를 완성하는데 참여했던 게 아닐까요?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에 등장하는 1467개의 별들은
류방택이 바라보고, 확인하고, 계산했던,
조선의 별이고요, 조선의 하늘이었습니다.

중국 천문도와 별자리 이름은 비슷하지만,
연결 모양에서 차이가 나고,
이름이 다른 별자리도 있습니다.

여기 보이는 ‘종대부’ 란 별자리는요,
중국 석각 천문도에는 없는 별자립니다.
왜 일까요? 바로 류방택의 하늘이자, 우리의 하늘..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별을 담았기 때문이죠.

셀 수 없이 아득한 세월 전부터
사람들은 별을 바라보고 사랑해 왔습니다.

별은 길잡이였고,
절기와 계절을 알려주는 시계였으며,
자연의 순리를 깨우쳐주는 ‘오래된 지혜’였죠.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어둠이 내리면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확인하고 싶어하죠.

2000년 12월.
보현산 천문대에서 소행성이 하나 발견됩니다.
그런데, 그 별에 붙은 이름이 뭔지 아세요?

류방택.
그렇습니다. 별을 사랑했던 소년의 이름이죠.

별을 사랑하는 사람은 별을 닮는다고 하죠.
600여 년 전,
이 땅의 별을 사랑하던 소년은
자신이 사랑하던 밤하늘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밤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소년이 사랑했던 1467개의 별을 새긴 천문도!
소년의 하늘,
조선의 하늘,
그리고 우리의 하늘을 담은 ‘천상열차분야지도’ 입니다.

MC 한상헌> 김소현 씨가 소개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스토리였어요. 준비하면서 어떠셨는지요?

김소현> 밤하늘을 오래 바라본다는 건 별을 사랑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우리의 밤하늘을 새긴 이 천문도를 보며,
제 상상을 조금 더 덧대봤습니다.

MC 한상헌> 아름다운 이야기에 김소현 씨의 멋진 노래까지...
별처럼 반짝이는 무대였는데요,
패널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줄리안 씨?

줄리안> 저는 들으면서 알퐁스 도데 (Alphonse Daudet)가
쓴 소설 별(Les etoiles)이 생각났어요. 그건 양치기가
아가씨를 사랑하는 마음을 그렸는데,
거기서도 별을 닿을 수 없지만 동경하고 사랑하는
존재로 나오거든요.

홍경민> ‘황금별’ 노래 무대 너무 멋졌어요. 소년의 이야기까지
함께 들으니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공연을 본
느낌이었어요.

키 썸> 근데 진짜 별이 신기한 게, 대충 보면 안보이던 별도
5분 10분 들여다보면 더 잘 보여요. 안보이던 별도
아 저기 저런 게 빛나고 있네. 눈에 들어오고요..

박성광> 저는 너무 신기한 게 옛날 사람들은 맨눈으로 별을 봐야
하잖아요. 장비가 대단한 게 있는 게 아니고..

이기환> 천문학은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영역 같아요.
2009년에 뉴질랜드의 한 농부가 아마추어용
망원경으로 초신성 폭발의 순간을 촬영했대요.
전문가들은 굉장히 놀라워했는데 정작 이 농부는
맑은 날이면 하루에 200개의 은하계를 찾을 수도
있었답니다. 이게 다 별을 좋아한 애정 덕분이죠.

MC 한상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라는
시 구절이 떠오르네요. 자세히, 오래,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남길 수 있었겠죠?
근데 천상열차분야지도! 이름이 좀 어려워요.

키 썸> 잘 모르겠는데 천상의 컬렉션에 딱 어울리는
유물인 건 확실합니다!
‘천상’의 컬렉션! ‘천상’열차분야지도!

박성광> 저는 ‘천상’ 옆에 ‘열차’가 붙어 있어서
처음 듣자마자 은하철도 999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기차 노선도인가 했어요.

이다지> 사실 한 번에 외우기 힘든 이름인데요, 쉽게 설명하면
‘천상’은 하늘, ‘열차’는 하늘을 구역별로 나눈 것,
‘분야’는 하늘에 대응하는 땅의 영역,
천상도, 열차도, 분야도 세 가지 지도를 합친 거에요.
하늘의 별과 땅을 그린 그림”인 거죠!

줄리안> 쉽게 “하늘 땅 별 땅 그림” 뭐 이렇게 했으면
저 같은 외국인도 외우기도 쉽고 좋았을 텐데~

김소현> 그거 아시나요? 우리는 사실 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굉장히 자주 보고 있었어요. 바로 만원 뒷장에 그려져
있거든요.

박성광> 어딨죠?

키썸> 아 이거 북두칠성 같은데 ...

홍경민> 은하수도 있네...

김소현> 혼천의 뒤에 그려진 별자리가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일부분이고요. 그 옆에는 아까 말씀드린 소행성
류방택을 찾은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도 나와요.
평가단 여러분 만 원 짜리 싫어하시는 분?
다들 좋아하시죠?
지금이 포인트입니다. 지금! 불을 밝혀주시면 됩니다.

홍경민> 진짜로 별 크기가 좀 다 달라요.
크게 그려진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이다지> 그게 바로 별의 밝기 등급에 따라 다르게 표시한
건데요, 한국천문연구원 양홍진 박사 팀에서
3차원 스캐닝 기술을 동원해서 정밀 분석을 했더니
모든 별이 정밀한 계산에 의해 위치와 육안으로 보이는
밝기에 따라 그려졌다는 게 밝혀졌어요.

이기환>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보면요,
춘분점 추분점의 위치, 28수 기준 별의 좌표,
황도와 적도, 대표적인 별들과 북극을 연결하는
별의 위치가 현대 천문도와 아주 유사해요.

김소현> 일제강점기 때 평양숭실학교 칼 루퍼스 교수도 일찍이
이 보물의 가치를 알아보고 논문까지 쓰고요,
‘동양의 천문관이 집약된 섬세하고 정확한 천문도’라고
극찬을 남깁니다.

MC 한상헌> 우리가 사자자리, 황소자리, 쌍둥이 자리 같은
서양의 별자리는 알잖아요.
저는 별자리가 염소자리인데
키썸 씨는 무슨 별자리세요?

키썸> 저는 물병자립니다.
물병자리인데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고 하더라고요.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해요.

홍경민> 물병자리가 사람이 참 괜찮아요.
듬직하고. 크게 될 거야. 저도 물병자립니다.

박성광> 물 담는 그릇이 뭐 중요하다고! 저는 남자다운
사자 자립니다! 뭐든 열심히 해요. 열정이 넘치죠.

줄리안> 저는 처녀자리에요. 저희 어머니가 점성술을 좀
보시는데 별자리 기반으로 보시거든요.
한국 사람들 사주 보듯이, 약간 별자리 따라
사람 성격이 다른 건 맞는 거 같아요.

박성광> 서양의 별자리는 익숙한데, 정작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오는 별자리는 어렵게 느껴져요.

김소현> 별을 그은 방식이 서양이랑 조금 다르고
한자로 이름이어서 그런 거 같아요.

이다지> 그래도 자세히 보시면 견우직녀도 있고요.
죽음을 상징하는 북두칠성, 삶을 담당하는 남두육성,
장수를 상징하는 노인성도 보여서 재밌어요.

홍경민> 돌에 새긴 가장 오래된 천문도는 중국에 있다고 하던데,
중국에 영향을 많이 받은 건 아닌가요?

이기환> 중국의 천문도 '삼가성도'의 별자리 형식을
대조 분석한 결과, 북두칠성을 제외하면 같은 별자리가
없고요.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춘분점, 추분점
위치결정에 이용하던 '인성'이라는 별자리가 있는데
중국천문도에는 없어요.

이다지> 이 땅에 있던 사람들이 언제부터 별을 바라보고,
기록 했는 줄 아세요?

키썸> 고구려니까 삼국시대?

이다지> 고인돌 아시죠? 청동기 시대. 무려 고인돌에도
북두칠성, 남두육성 같은 별자리가 새겨져 있어요.
별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문화가 고구려로, 그리고
고구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진 거죠.

박성광>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고구려 천문도를 보고
만든 거라고 하셨고, 신라시대 별을 관측하려고
첨성대도 만들었잖아요
게다가 고인돌에까지 있었다니
우리 흔하게 ‘별 볼 일 없다’는 표현 쓰는데,
우리 민족은 ‘별 볼 일’ 많은 민족이었나봐요.

MC 한상헌> 제가 궁금했던 게, 태조 이성계는 고구려의 별자리가
그려진 그림 하나 찾았다고 그렇게 좋아했다는 게
이해가 안가요.

이기환> 고대사회에서 일식 월식 혜성 같이 하늘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은 국가적 이변의 전조로 여기거든요.
그 이변을 미리 알지 못하면 왕이라고 할지라도
벌을 내리기도 하고요. 천문학은 국가통치에 그만큼
중요한데, 하늘의 이치를 새긴 천문도를 손에 넣었으니
기뻤겠죠.

이다지> 천문학은 다른 학문이 충분히 발전해야만 연구가 가능한
학문이죠. 수학이 엄청나게 발전해야하고요, 하늘만
줄창 보고 관찰할 수 있는 천문학자를 국가에서 지원할
있어야 하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정교한 달력이
완성되면 농업이나 여러 산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죠.

박성광> 아까 보니까 그 소년은 고려가 망한 뒤론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류방택이 조선 왕조가 아닌,
아마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참가한 거 같아요.

김소현>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완성한 뒤, 조정에서는
1등 개국공신을 주려고 하지만 류방택은 거절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버리죠.

이기환> 이후 류방택은 개성 취령산 아래 숨어 지내다가
나는 고려 사람으로 죽으니 무덤을 봉하지 말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키 썸> 저는 류방택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별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든 걸 이긴 것 같아요.
고구려의 천문도가 발견됐다는 건 평생 별을 연구했던
류방택에게는 엄청 궁금한 일이었을 테니까요.

줄리안> 저는 이 이야기 들으면서 닐 암스트롱,
달에 처음으로 간 사람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닐 암스트롱의 영결식 장에서 사람들이 부른 노래가
Fly me to the moon! 홍경민씨 혹시 이 노래 아세요?

홍경민>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가사가 나를 달로 보내줘. 별들 사이를 여행하게 해줘.
이런 내용이거든요.

줄리안> 그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해주면서 그의 영결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닐 암스트롱을 달로 보내준 거죠.
생각해 보면, 류방택도 소행성에 이름을 붙여주면서
한국의 천문학자들이 그를 별로 보내준 거죠.

MC 한상헌> 천상열차분야지도와 그 안에 담긴 별을 사랑해서
별이 돼버린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김소현 씨가 소개한 <천상열차분야지도>
최후의 한마디를 들어볼까요?

김소현> 혼란스런 세상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습니다.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어떨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남겨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600여년 전, 별을 사랑해서 별이 된 소년이
백성의 삶을 평안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마음을 돌에 새긴 것처럼
우리는 후대에게 어떤 별을,
남겨줄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밤, 잠시 밤하늘 별들과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오늘 돌아가시는 길에 밤하늘을 보실 분들은 살짝~
버튼을 눌러 불을 밝혀주세요. ^^ 

MC 한상헌> 김소현 씨의 최후의 한마디 잘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김소현 씨 고맙습니다.

혹시 버튼 누르신 걸 잊으신 분들,
지금 바로 눌러주시면 될 것 같고요.
눌렀다 하더라도 집계가 안됐을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확인 차 눌러주세요.

MC 한상헌> 집계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불을 모두 꺼주세요.
자, 이제 오늘의 마지막 호스트만 남았는데요.
첫 번째, 두 번째 호스트에게 투표를 했더라도
마지막 호스트의 보물이 마음에 든다! 하면
또 다시 불을 밝혀주시면 됩니다.
중간 투표는 중복 투표가 가능합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호스트를 만나 보겠습니다!

4. 공형진 <하피첩>
공형진> 이 분을 설명하는 단어는 참 많습니다.
조선의 의학자이자 건축가,
행정가이면서 탁월한 실학자이기도 했죠.
감이 오시죠? 바로 다산 정약용입니다.

이 분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냐,
제가 지난 번 흠흠신서를 소개할 때 말씀드렸었죠.
네, 제가 1등 했던 바로 그 흠흠신서요, 하하
정약용은 조선 최초의
프로파일러이기도 했다고요.

그런데요, 저는 오늘 정약용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우리가 몰랐던 ‘아버지’ 정약용의 모습을요.

바로 정약용이 쓴 편지,
하피첩을 통해서 말이죠.

하피첩은요, 정약용이 학연과 학유,
두 아들에게 쓴 편집니다.
이때 정약용은 요즘말로 기러기 아빠였거든요.
저-멀리 전남 강진에서 유배 중이었습니다.

1801년, 천주교를 탄압한 신유박해 때
정약용도 휘말리면서 화를 당하게 된 거죠.
정약용이 유배를 떠났을 때
두 아들은 19살, 16살이었습니다. 예민한 시기잖아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에게 향한 건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손가락질이었을 겁니다.
아이들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요.
또 그걸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더구나 이 모든 게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자신의 믿음 때문이었으니
그 미안함과 애틋함은...

그래서 정약용은 유배지인 강진에서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요, 정약용은 이 편지를
종이가 아닌 천에 씁니다.
그것도 여인의 치맛자락에 말이에요, 이상하죠?
정약용에게 특이한, 약간은 위험할 수 있는 그런
취향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아닙니다.
하피첩의 첫 장엔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내가 탐진에 유배 중인데,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부쳤다”
그러니까 이 치마의 주인은
정약용의 아내 홍 씨였던 거죠.

사실 이 치마는 홍 씨가
시집오던 날 입었던 예복이에요.
처음 함께했을 때를 잊지 말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자는
마음을 담아 보낸 거겠죠.

그리고 정약용은 세월이 지나
어느새 붉은색이 바래진 치마를 오려서,
자식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쓰고
‘노을빛 치마’란 뜻의 하피첩이란 이름을 붙인 겁니다.
그런데 정작 정약용은 아내에게
아무런 편지를 쓰지 않아요.
대신 두 아들에게 쓴 편지에
어머니를 보살피고, 말동무를 해드리라는
말을 꼭 담았어요. 요즘으로 치면 츤데레죠,
무뚝뚝하지만, 티내지 않고 챙겨주는 남자였어요.

정약용의 편지엔요, 유독 눈에 띄는 표현이 있어요.
바로 ‘폐족’입니다. 망한 가문이란 뜻이죠.
“이제 너희는 망한 가문의 자손이다.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하는 것 한가지 밖에는 없다.”

조선시대였습니다, 양반 집안이었죠
폐족이 됐다는 건 이제 앞날이 막혀서
다시는 벼슬길에 나가지 못한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라면 어땠을까요?
열심히 공부해봤자 어차피 벼슬도 못하는데,
저 같았으면 그냥 되는대로 막 살았을 것 같아요.
술 마시고, 여자 만나고, 여행 다니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얼씨구 좋다, 이러면서 말이죠.

정약용이 경계한 점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벼슬을 하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폐족이란 이유로 아들이 스스로를 포기하고
천하게 여겨 흐트러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었죠.

그래서 정약용이 꼭 강조한 것이 있었어요.

‘근이생자 검이구빈’
근면함으로 재화를 생산하고,
검소함으로 가난을 구제하라, 는 뜻입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것이 근면이고.
옷은 몸만 가리면 되고
음식은 생명만 유지할 수 있으면 충분하니
검소하게 살라고 가르치고 또 가르쳐요.

사실 돈! 명예! 권력!
정약용은 아이들에게 그 무엇도 줄 수 없었습니다.
오직 하나. 그의 생각과 아들을 향한 애정만을
하피첩을 통해 전한 것이죠.

정약용 선생은요,
자기애가 충만한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뭐, 그분의 업적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만요.
하피첩엔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너희가 아주 온 마음을 기울여
내 글을 연구해 그 깊은 뜻에 통달해라“
열심히 공부해서 자기가 쓴 글의
깊은 뜻을 알라, 이런 얘깁니다.

또, 자기가 쓴 글을 공부하거나 칭찬하는 사람을 보면
스승으로 섬기라고도 해요.

다른 편지들을 보면요,
아주 익숙한 얘기들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들의 공통된 잔소리, 뭐겠어요?
”제발 공부 좀 해라.
집에 책이 없냐, 너한테 머리가 없냐.“
자기를 닮았으면 머리가 있을 텐데, 이 말이죠.

게다가 그 먼 곳에서 아들 술버릇까지 신경 써요.
“어찌 글공부는 나를 이을 줄 모르고
주량만 나를 훨씬 넘어서는 거냐!” 하고 말이죠.

어떠세요? 유배 중에도 이 정도였는데,
같이 살았으면 어느 정도였을까 싶지 않으세요?
저도 21살짜리 아들이 있는데요,
이 녀석도 배우가 꿈입니다.
그래서 아들을 보고 있으면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이게 또 선뜻 나오질 않아요.
괜한 잔소리 하는 건 아닌가 싶거든요.
그게 아빠의 본능인데
우리 정약용 선생은 좀 심하다 싶더라고요.
천하의 정약용도 자식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꼰대였던 걸까요?

정약용은 왜 그 먼 곳에서 이렇게까지
자식 교육에 열을 올렸을까요?
자식들의 입신양명을 바래서?
망한 집안을 일으키고,
가문의 명예를 되돌리기 위해서?

아니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정약용은, 비록 집안은 망했지만,
아이들만은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주길 바란 겁니다.

폐족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이 규정하는 것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한 자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이끌고자 한 것이죠.

그리고 아버지의 부재로 끝없이 상처받았을
자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자
하피첩을 썼을 겁니다.

조선의 가장 위대했던 실학자!
그리고 가장 평범했던 아버지,
위대한 아버지의 보통의 마음,
정약용 필적 하피첩이었습니다.


MC 한상헌> 공형진 씨의 하피첩, 2회 때 흠흠신서에 이어
이제 다산 정약용 전문가로 인정받겠어요!
하.피.첩, 사실 생소한 이름이었는데
세상에 알려진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요,
2006년도라고 하던데, 어떻게 발견된 건가요?

공형진> 네, 이 하피첩이 정말 의외의 장소에서 등장했거든요.
폐지를 줍는 한 할머니 손에 들려있던걸
공사장에서 일하던 분이 본거예요.
그냥, 오래된 책이 있네? 싶어서 가져온 거죠.
그러다가 이게 대체 뭘까 궁금하니까 전문가에게
감정을 받은 거예요. 그때 하피첩이 밝혀졌어요!

홍경민> 저도 이름이 너무 생소하더라고요.
하피인지 히피인지, 뭔가 봤는데 내용이 의외네요.
아버지하면 늘 체통 지키고 무뚝뚝하게 아들을
대하는 줄 알았지 이렇게 살갑게 편지 하고
엄마처럼 잔소리도 했다는 게 신기하네요.
그런데 감정가가 얼마였어요? 우린 또 그게 궁금하지!

이다지> 처음 등장했을 때가 바로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거든요. 그때 당시 사실 엄청난 화제였어요.
감정 위원 분들도 다들 놀라셨다고 해요.
그리고 현장에서 당시 최고가인 1억 원의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 후에 또 전달되고 전달되다가
마지막으로는 7억 5천만원 정도에 매입됐다고 해요.
국립 민속박물관에서 1년치 유물 구입 예산의
1/3 가량을 들여서 샀어요. 하피첩을 가치있게 본거죠.

박성광> 대체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몇 배나 뛴 거예요??
7.5배 아니에요! 오와~폐지 줍는 할머니 아셨으면
아까우셨겠네!! 근데 왜 이 하피첩이 이렇게 높은
가치로 평가 받는 거예요?
그냥 자식들한테 잔소리하는 편지들일 뿐인데?

이기환> 자식에 대한 부모의 간곡한 마음을
볼 수 있는 점도 있고, 서지학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정약용이라는 인물의 여러 가지 필체를 골고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키 썸> 그런데! 이거 하피첩 전부 몇 권이에요?
거의 20년 가까이 자식들 얼굴을 못 봤으면
할 말이 엄청 많았을 것 같은데...?

이다지> 사실 하피첩은 총 4권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런데 그 중 딱 1권은 아직까지 못 찾았다고해요.
지금 저희에게 알려진 건 총 3권이에요

홍경민> 아까 3권에 대한 감정가 얼마라고 했죠?
7억 5천? 지금 우리가 여기 앉아서 녹화
뜨고 있을 때가 아니네! 나머지 한 권 찾으러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다같이> - 어디서 하피첩이 나올지 몰라요!!
- 여러분 오늘부터 다 쓴 종이도 다시 봐야해요
- 모든 종이 쓰레기는 저에게 버려주세요~~

줄리안> 그런데 사실 정약용 때문에 저렇게 된 거잖아요.
미안하다고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멀리 가서도 잔소리만 계속하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저 같으면 억울하고 짜증났을 것 같아요.
한국 말 중에 그거 있잖아요! 꼰대! 꼰대 같아요.

이기환> 요즘 시대의 아버지 기준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는데,
정약용의 사연도 안타까운 점이..
원래 자식이 9명이었대요. 그 중에 여섯이 병으로
죽거든요. 그걸 또 다 기록해뒀어요.
자식을 잃은 슬픈 감정들을...그러니 남은 자식들을
올바로 잘 키워야겠다고 생각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타이르고 또 타일렀던 것 같아요.

박성광> 전 오늘 이 하피첩에서 저희 아버지를 봤어요.
제가 독립을 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밤 11시,12시가 되면 깨톡이 난리예요.
답장을 하면 안 잔다고 뭐라 하시고, 술 먹지 마라,
피곤하게 하지 마라, 피검사해라, 건강 챙겨라 등
천재 정약용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아버지 같아요.

키썸> 제 또래 친구들은 늘 듣는 말이거든요.
이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더라고요.
정약용 아들도 괜히 한 마디 대들었다가 아빠에게서
열 마디로 돌아올까봐 그냥 아버지 말을 따랐겠네요.

홍경민> 사실 서울에서 전남까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못 본 척 해도 되잖아요. 거리 핑계대고...
그래도 싫은 소리를 꾸준히 한 것 보면
정약용이 분명 책임감은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
자식들은 어떻게 됐어요? 잘 되지 않았을까?

공형진> 오! 맞아요.
자식들이 다 잘 컸어요. 큰 아들은 어렵게 관직을
얻어서 아버지를 풀어달라는 상소문도 올리고요,
둘째아들은 정약용의 실학 정신을
물려받아서 백성들을 도우며 농가월령가라는 책도 써요.
정약용의 잔소리가 결국 자식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MC 한상헌> 하피, 노을빛 치마. 바로 아내의 치마였잖아요.
그런데 왜 아들에게만 편지를 쓴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와이프 입장에서는 상당히
섭섭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홍경민> 사실 조선시대에 남자가 아무리 그래도 부인 치마를
가위로 자르고, 다리미질 한다는 게
얼마나 이상했겠어요. 부끄러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우회적으로 돌려서 아들들에게
표현한 거지. 어머니한테 잘해라. 챙겨드려라 하면서
말이죠. 츤데레의 원조가 정약용 선생님이었네요.

박성광> 사실 전...정약용 선생이 짠돌이가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종이 아끼려고 아내 치마를 자른 거
아닌가? 싶거든요. 게다가 실학자였으니까...
현실적으로 생각한 거지. 종이 낭비를 왜 하냐.하면서.

키 썸> 너무 낭만이 없으신 거 아니에요?
전 사실 딸의 입장에서 좀 속상하더라고요.
막내 딸 한 명 있었다면서요. 그런데 왜
딸한테는 편지를 안 쓴 거예요?
아들과 딸 차별하는 거 아닙니까?

공형진> 여기에 반전이 숨어있어요.
자 여길 한 번 보세요

딸에게도 그린 그림이 있어요.
<매화쌍조도>라고 해서요,
매화나무 위에 부부 새 두 마리가 나란히 앉은
그림을 그렸어요.

홍경민> 그러데 왜 새를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를 그린 거예요?

이다지> 이 매화쌍조도를 그리게 된 이유가,
이제 유배를 떠날 당시 막내딸이 8살이었는데
그 딸이 자라서 시집갈 때가 된 거예요.
그래서 그 딸에게 이 새 부부처럼 행복하게 잘 살아라,
하는 의미로 그렸다고 해요.

이기환> 정약용이 정말 못하는 것 없이 만능 엔터테이너같은
같은 사람이었는데,
딱 하나, 그림은 조금 소질이 없었다. 라는
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는 딸을 위해
붓을 들었다는 것도 감동적입니다.

박성광> 아니, 저 정도면 훌륭하죠!
당시의 화가들이 워낙 대단해서 그런 건가요?
다들 그림 보는 눈이 높으셨네~

MC 한상헌> 전 정약용이 아무리 유배를 간 죄인이라고 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피첩을 보면 그게 묻어나잖아요.
‘아버지 글만 읽어라, 아버지 글을 읽는 사람은
스승으로 모셔라 라든지...‘
천재였기에 가능한 자신감이었을까요?
볼수록 우리의 정형, 정약용이 누군지 궁금해지네요.

홍경민> 학문뿐만 아니라! 술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넘치더라고요.
“나도 내 주량을 알지 못한다.
한번은 술을 큰 사발로 하사 받았는데
다른 학사들은 모두 인사불성이 됐다.
그러나 난 끄떡없었다.”
“술 맛이란 입술을 적시는데 있다. 소가 물 마시듯
목구멍으로 들이붓는다면 어찌 술의 맛을 알겠느냐“
지금으로 치면 원샷을 경계한 거죠.

박성광> 저와 아버지 사이에 연결고리는 강아지거든요.
원래 별로 대화를 많이 안했는데,
요즘에 강아지 영상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많이 해요.
정약용과 아들 사이도 술이 연결고리였을 것 같은데?

줄리안> 사실 벨기에 교육방식이 한국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벨기에에서는 엄마 아빠가 활이고 자식은 화살이라고
생각해요. 엄마아빠가 너무 잡아당기면 화살이 엇나가고
너무 풀어놔도 화살이 안 나간다. 라고 생각하거든요.

키 썸> 그럼 정약용은 대체 얼마나 당긴 거예요?

줄리안> 엄청 잡아당긴 것 같은데? 온 힘을 다해서 쭉~
전 그래서 정약용 아들들이 더 훌륭한 것 같아요.
엇나가지도 않고! 대단하네요.

이기환> 정약용의 교육방식이 좀 특이했던 점이
아들이 두 명이었잖아요. 끊임없이 두 아들을 비교해요.
“둘째의 재주와 역량이
큰애 보다 주판 한 알 쯤 부족하지만...”
식으로. 아마 망한 가문의 자손이니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라 하는 자극을 주려는
정약용만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MC 한상헌> 아내의 마음이 담긴 치마에
아들을 위한 편지를 쓴 하피첩!
과연 정약용의 미안함과 애틋한 마음이
현장평가단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었을까요?
공형진 씨의 최후의 한마디와 함께
중간 투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공형진> 아마, 자식 있는 부모의 마음은 다 비슷할 거예요.
늘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어떻게 커갈는지, 한 사람 몫은 제대로 할는지 등등
한시도 자식에 대한 걱정을 놓은 적이 없잖아요.
저도, 여러분도, 부모라면 모두 갖고 있는 ‘
그 애틋한 마음이 이 하피첩을 통해서
보여지지 않나요. 정약용의 하피첩이었습니다

MC 한상헌> 공형진 씨의 최후의 한마디와 함께
<하피첩> 투표를 모두 마감했습니다.
공형진 씨께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공형진 씨, 고맙습니다.

여러분, 아직 불은 끄지 마시고,
투표하셨던 분들은
다시 한 번 확인 투표 부탁드립니다.
기계가 안 눌리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꼭하고 눌러주세요
네, 공형진 씨의 <하피첩>!
이제 집계가 모두 완료됐습니다.
여러분, 불은 모두 꺼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하시는 중간 투표는 중복 투표가 가능합니다.
지금 버튼을 누르셨어도
뒤에 다른 호스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보물이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다시 또, 불을 밝혀주셔도 됩니다.
자, 그럼 두 번째 보물! 바로 만나볼까요?

MC 한상헌>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
천상의 컬렉션!

자, 호스트 세 분의 경연이 모두 끝났는데요.
공형진 씨의 <하피첩>!
김소현 씨의 <천상열차분야지도>!
김수로 씨가 소개한 <붉은매화와 흰매화 열폭 병풍>!
아름다운 보물들과 거기에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패널과 현장평가단 100인의 중간 투표!
그 결과가 아주 궁금한데요.

중간 투표 결과!
OOO의 OOOOO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아직까진 아슬아슬 합니다.
최종투표 결과가 더욱 중요해 졌습니다.

자, 패널과 현장 평가단 여러분,
이제 결정해 주셔야 합니다.
이 대단한 보물 가운데 단 하나만
선택하셔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어려운 순간이죠.

현장평가단 여러분도
모두 마음의 결정을 내리셨나요?
자 그럼 여러분!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에 불을 밝혀주세요!

아직 100개의 불이 다 들어오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이제는 버튼을 눌러주셔야 합니다.

우리 패널단은 모두 선택하셨죠?
현장평가단 여러분 모두 누르셨습니까?

드디어! 100개의 불이 모두 들어왔습니다.
오늘의 멋진 보물들을 소개해 준
세 분을 다시 무대 위로 모셔볼까요?
호스트 세 분 나와주세요.

줄리안 씨는 어떤 보물에 투표하셨나요?

세 가지 모두 중요한 보물이지만 이 보물이
꼭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있다면?

키썸 씨는 가장 마음에 드는 보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셨나요? 아니면 중간에 결정이 바뀌셨나요?
박성광 씨는 제가 살펴보니,
중간에 마음이 바뀐 것 같은데요. 맞으신가요?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
천상의 컬렉션!

이제 마지막 결과 발표만 남아 있습니다.
과연 어떤 보물이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 오르게 될까요?
최종 결과! 보여주세요!

오늘 천상의 컬렉션에는
호스트 OOO씨의 OOOO가 올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등 하신 OOO 씨,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쉽게도 이주의 천상의 컬렉션엔 오르지 못했지만
멋진 무대 준비해 주신 두 분의 소감도 들어봐야죠.
준비를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어떠셨나요?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패널 분들의 이야기도
안 들어 볼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OOO 씨 오늘 와서 직접 보시니까 어떠셨나요?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은 치열한 경합 끝에!
000의 0000000이 선정되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불을 밝혀 줄
단 하나의 보물과
단 하나의 이야기가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천상의 컬렉션이었습니다!!